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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개인적인 기록/감상 2011/11/15 17:11 posted by Gingko
7년의 밤
국내도서>소설
저자 : 정유정
출판 : 은행나무 201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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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류의 추리, 서스펜스 성격이 강한 스토리는 소설보다는 영화나 만화로 많이 접했던 것 같다.
(추리/미스터리 소설 취향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잘 짜여진 이야기 플롯이나, 긴박감을 놓치지 않는 전개 자체도 훌륭하지만 진짜 이 글의 백미는 인물의 내면 묘사에 있다.
 
영상이나 이미지와 같은 매체가 심리묘사를 절묘하게 해 낼 때도 우와- 하고 감탄하게 되지만,
글로 ‘직접’ 표현되는 것과는 강도 자체가 다른 것 같다.
전자가 “잘 표현했다”라는 완성도에 놀라게 된다면,
글은 표현해 내고 있는 감정, 또는 정서 그 자체를 완전히 이입된 상태에서 펀치로 맞게 되기 때문이다.

 
인간이 극단적으로 불안한 상황 속에서, 그럴 싸하게 감춰온 깊은 정신적 트라우마가 어떤 식으로 발현하는지에 대한 묘사가 정말로 절묘하다. 그 처절한 몸부림에 이입 되서 읽는 독자 또한 내내 숨이 찰 지경. 몇 달이 지나서야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도 숨이 탁탁 막히는 기분이다.

갈대밭과 우물, 새카만 호수, 아이의 휘날리는 머리카락, 고양이의 눈과 같은 괴기한 이미지들도 아직까지 생생하다. (이것은 문장, 그 자체 또한 훌륭했다는 뜻이 되겠다.) 이렇게 열거하고 보니 모두들 전형적인 아이템인데, 위화감 없이 잘 버무려진 것 같다.

 
그렇다고 미친 듯이 글이 무겁지는 않다. 작정하고 독자들 괴롭히자고 쓰는 류의 무거운 글들 - 스토리 보다는 상황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서 독자로 하여금 보고 싶지 않은 감정의 바닥이나 현실의 바닥을 대면하게 만드는 것에 목적이 있는 글들 - 과는 태생이나 성격 자체가 다른,
충실하고 흥미진진하게 스토리 라인을 그려내는 데 목적이 있는 서스펜스 류이기 때문에 당연한 게 아닌가 싶다.

 
결말도 범죄 추리극의 전형으로 마무리된다. 읽는 내내 느낀 몰입과 이입을 소름 돋음으로 승화시키는 마무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아쉽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그냥 평범하고 깔끔한 결말.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사쿠라바 가즈키 / 박수지역
출판 : 노블마인 2007.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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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섯개를 주기엔 이래저리 아쉬움이 많지만, 그래도 별 다섯인 건 역시 장르적 편애 때문.

흔한 불행, 그리고 그로 인한 흔한 충동을 다뤘다는 점이 좋았다. 
뻔하고 너무 식상해져서 굳이 남들에게 내 불행을 자랑하고 싶지 않았던
그러나 당사자인 자신에게만큼은 결코 식상할 수 없었던 그런 류의 불행과 슬픔. 
읽는 내내 우연, 혹은 악의로 인한 살인들이 몹시 그럴싸하게 느껴지고 설득력을 갖기 때문에
우리네 성장 과정 또한 이렇게 위태위태하고 아슬아슬한 줄타기와도 같았다고 끄덕끄덕하게 되는 것이다. 

첫번째로 아쉬운 건 아오이의 새아빠에 대한 애증을 더 깊게 다루어주었더라면 하는 부분이고,
두번째로는 아쉬웠던 건 시즈카의 캐릭터가 일관성을 잃어버리고 후반부로 가서 무게감을 확 상실했다는 점.
시즈카는 '죽은 시체를 보면서 속이 후련한 건 네가 타인이 불행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엄숙하게 선고할 줄 아이 이고, 친하지도 않은 여자아이의 증오와 적의, 아픔을 꿰뚫어볼 수 있는 아이였는데
후반부로 가서 갑자기 질투심에 소설책에서 본 대로 거짓말이나 하는 어린애가 되어버렸다.
계속해서 어른인 체 하는 조속한 꼬맹이로 두어도 그녀의 터무니없는 허세같은 것들은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어설프게 반전을 두 번 꼬지 말지 그랬어요. 작가님. 아까운 캐릭터가 죽었네, 하는 느낌. 

하여간 후반부로 갈 수록 힘이 팍 떨어지는 게 느껴져서 아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