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실 이런 류의 추리, 서스펜스 성격이 강한 스토리는 소설보다는 영화나 만화로 많이 접했던 것 같다.
(추리/미스터리 소설 취향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잘 짜여진 이야기 플롯이나, 긴박감을 놓치지 않는 전개 자체도 훌륭하지만 진짜 이 글의 백미는 인물의 내면 묘사에 있다.
영상이나 이미지와 같은 매체가 심리묘사를 절묘하게 해 낼 때도 우와- 하고 감탄하게 되지만,
글로 ‘직접’ 표현되는 것과는 강도 자체가 다른 것 같다.
전자가 “잘 표현했다”라는 완성도에 놀라게 된다면,
글은 표현해 내고 있는 감정, 또는 정서 그 자체를 완전히 이입된 상태에서 펀치로 맞게 되기 때문이다.
글로 ‘직접’ 표현되는 것과는 강도 자체가 다른 것 같다.
전자가 “잘 표현했다”라는 완성도에 놀라게 된다면,
글은 표현해 내고 있는 감정, 또는 정서 그 자체를 완전히 이입된 상태에서 펀치로 맞게 되기 때문이다.
인간이 극단적으로 불안한 상황 속에서, 그럴 싸하게 감춰온 깊은 정신적 트라우마가 어떤 식으로 발현하는지에 대한 묘사가 정말로 절묘하다. 그 처절한 몸부림에 이입 되서 읽는 독자 또한 내내 숨이 찰 지경. 몇 달이 지나서야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도 숨이 탁탁 막히는 기분이다.
갈대밭과 우물, 새카만 호수, 아이의 휘날리는 머리카락, 고양이의 눈과 같은 괴기한 이미지들도 아직까지 생생하다. (이것은 문장, 그 자체 또한 훌륭했다는 뜻이 되겠다.) 이렇게 열거하고 보니 모두들 전형적인 아이템인데, 위화감 없이 잘 버무려진 것 같다.
그렇다고 미친 듯이 글이 무겁지는 않다. 작정하고 독자들 괴롭히자고 쓰는 류의 무거운 글들 - 스토리 보다는 상황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서 독자로 하여금 보고 싶지 않은 감정의 바닥이나 현실의 바닥을 대면하게 만드는 것에 목적이 있는 글들 - 과는 태생이나 성격 자체가 다른,
충실하고 흥미진진하게 스토리 라인을 그려내는 데 목적이 있는 서스펜스 류이기 때문에 당연한 게 아닌가 싶다.
결말도 범죄 추리극의 전형으로 마무리된다. 읽는 내내 느낀 몰입과 이입을 소름 돋음으로 승화시키는 마무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아쉽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그냥 평범하고 깔끔한 결말.




